【중요문화재】
아키노마키에 상자(秋草蒔絵手箱)

화장도구를 수납하는 이 상자는 중국의 ‘빗상자’를 일본식으로 만든 것으로 여신에게 봉납하는 주요 공양물이었다. 이 상자는 가스가타이샤(春日大社)의 제사신이자 여신인 히메가미(比売神)에게 봉헌된 것으로 추정된다. 표면에 흑칠한 후 금가루를 뿌린 킨마키에(金蒔絵)로 싸리, 국화, 억새, 도라지, 여랑화 등 가을 풀이 그려져 있다. 싸리와 국화는 길쭉한 은판을 사용하였고 잎맥 일부에 옻칠을 남기는 가키와리기법(描割, 마키에의 한 기법으로, 잎맥이나 문양과 문양의 경계선과 같은 가느다란 선을 나타낼 때 그 부분만 칠을 하지 않고 가루를 뿌리는 기법)이 사용되었다. 안쪽은 금구를 사용하여 2개로 구분되어 있다. 상자에는 거울, 거울상자, 사각의 치흑상자(歯黒箱), 백색 가루 상자, 입술 연지를 담는 백자통과 받침, 비녀, 종이 등이 수납되어 있다.
에이후쿠 몬인(永福門院)에 의해 1314년에 봉납된 것으로 여겨진다. 안에 있는 작은 상자나 뚜껑 안쪽까지 정성스러운 마키에가 그려진 최고급 작품이므로 가스가타이샤(春日大社)의 연척인 씨족·후지와라(藤原) 씨의 여성이 봉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시대는 황실의 신사 참배 행렬이 한창이었다. 이는 귀족들이 만들어낸 뛰어난 미(美)의 역사적인 한 사례로 상자 내용물이 남아 있는 희귀한 사례이다.

